저녘강가에 서면
신용헌
저녁놀 힘겹게 내려앉은
강물을 들여다보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고향 가는 길이 보인다
나 언젠가는 돌아 가야 할
고향 언덕에
장승처럼 서 계시던 어머니
재 너머 숲에서 소쩍새 울면
잡초 무성해진 마당에 멍석을 깔고
가마솥 굽은 당신의 등 뒤로
밥 짓는 연기 하늘하늘 달빛이 되고
주름진 텃밭 고랑에
몇 번이고 봄꽃들을 피고지면
떨어진 꽃잎들을 쓸어 모아
당신은 다시 꽃을 피우고 계십니다
이제는 당신이 먼 길 떠나시며
사립문 울타리에
목화처럼 피워 내시던 세월
붉은 저녁놀 머리에 이고
차려주시던 때늦은 저녁상
힘겹게 뱉어내는 당신의 숨결을
나 아직도 가슴속에 깁고 있는데
문득
고향은 강바람에 지워져
텅 빈 밤 어둠속을
소리죽여 흘러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