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신용헌)

저녘 강가에 서면

날밤새우 2010. 2. 2. 14:01
    저녘강가에 서면 신용헌 저녁놀 힘겹게 내려앉은 강물을 들여다보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고향 가는 길이 보인다 나 언젠가는 돌아 가야 할 고향 언덕에 장승처럼 서 계시던 어머니 재 너머 숲에서 소쩍새 울면 잡초 무성해진 마당에 멍석을 깔고 가마솥 굽은 당신의 등 뒤로 밥 짓는 연기 하늘하늘 달빛이 되고 주름진 텃밭 고랑에 몇 번이고 봄꽃들을 피고지면 떨어진 꽃잎들을 쓸어 모아 당신은 다시 꽃을 피우고 계십니다 이제는 당신이 먼 길 떠나시며 사립문 울타리에 목화처럼 피워 내시던 세월 붉은 저녁놀 머리에 이고 차려주시던 때늦은 저녁상 힘겹게 뱉어내는 당신의 숨결을 나 아직도 가슴속에 깁고 있는데 문득 고향은 강바람에 지워져 텅 빈 밤 어둠속을 소리죽여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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