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병의 기도
신용헌
잔설을 골라 밟고
칼바람 마지막 가슴과 맞서
무심무욕으로 밤 새워 보초 서는
우리들의 나작한 기도를 들어 주소서
식어가는 장작 난로 곁에
언몸 녹여 울며
잠시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잠자리를 편안하게 하소서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형제들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그들에게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우리들의 이 반역을 용서하소서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이 살육의
우리 모두 백정의 자식이 되어야 함을
동강난 산하의 능선에서 피눈물로 고해성사를 하고
이제 다시는 이 선한 백성들의 가슴에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