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신용헌)

초병의 기도

날밤새우 2010. 12. 24. 23:38

 

 

 

초병의 기도

 

                        신용헌

 

 

잔설을 골라 밟고

칼바람 마지막 가슴과 맞서

무심무욕으로 밤 새워 보초 서는

우리들의 나작한 기도를 들어 주소서

 

식어가는 장작 난로 곁에

언몸 녹여 울며

잠시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잠자리를 편안하게 하소서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형제들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그들에게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우리들의 이 반역을 용서하소서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이 살육의

우리 모두 백정의 자식이 되어야 함을

동강난 산하의 능선에서 피눈물로 고해성사를 하고

이제 다시는 이 선한 백성들의 가슴에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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