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신용헌
기다림으로 또 하루가 간다
여린 가지 끝에 매달린 햇살
머리맡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
못내 그리움에
깨어진 사금파리로 남아
빈 들녘에 나 뒹굴고
담장 너머
하루의 거리로 다가와
꽃들은 우기 지난 풀처럼
실망으로 웃자라
서로를 위로하며
작은 너의 어깨를 감싼다
하늘 한가운데 매달린 태양
진정 부끄럽지 않은
얼굴을 들고
유월의 험악한 사내 앞에
정면 대결을 펼쳐
난자당한 마음은
비바람에 흩어져도
저무는 들녘에
오랜 기다림으로 남아 있고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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