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소리(산행)

[스크랩] 설악의 아름다움...

날밤새우 2010. 1. 2. 16:19
 

도심을 벗어나는 버스 안, 대장님은 말씀하신다.

공룡능선을 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겁을 잔뜩 주고는 ..

그래도 공룡을 꼭 가야겠다는 님 들을 위한 또 다른 코스를 얘기한다.



한밤중 3시 20분 , 무조건 대청봉엘 올라보자 ... !!

마음먹고는 어둠속을 말없이 파고든다.

나와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고 ...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타나지 않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상쾌한 싱그러움이 온몸을 감싸 안고, 송골 송골 맺힌 이마의 땀방울을,

몇 번 닦아 낼쯤 언제 날이 밝았는지 산새들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숲속을 가른다

 



 

대청봉이다 !!!

처음으로 올라본다. 이 뿌듯한 기분은 내안의 미소를 만들고 ,

내안의 용기를 주고 , 나만의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산장으로 내려가서 아침을 먹는다.

언제나 그렇듯 식사 시간은 마냥 즐겁다.

오색에서 내리지 않고 도중 다른 경로를 택한 짝 궁 산우님의

전화 메시지는 나를 현혹 시키지 못한다.

 




 

나는 바라 봐야만 했다 .

내 앞에 펼쳐지는 장엄하고, 신비스런 광경을 ....,

하얀 운무에 걸쳐있는 공룡능선 ..  그리고 늘 사진으로 봐왔던,

 용하장성 능선 ......

그냥 한동안 멍 하니 바라본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만족한다.

기회가 되면 나도 저 곳을 넘으리라...다짐하면서.....

 




 희운각을 향해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돌린다.

공룡을 포기 했으니, 이따금 여유를 부려 잠깐 잠깐 바위위에 올라

두둥실 그리움도 떠나 보내고, 내안의 그이와 얘기도 하면서,

 졸 졸 따라오는 듯 한 다람쥐들과 눈 웃음도 마주쳐 본다.

 



 

깎아 내린 듯 아슬아슬한 바위 벼랑 끝에 질긴 생명줄 뿌리내리고

모진 비바람 풍파에도 끄덕 없는 소나무의 위대함에서,

인간의 나약함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여인은 연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해 본다.

어찌하다 보니 겨울들녘님과 단둘이 도란도란 남은 도시락을 펼치고,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널따란 암반위에서 꿀맛 같은 점심을 먹는다.

안개비가 보슬보슬 내리지만 오히려 우리들의 만찬에 한껏 즐거움을 더한다.

 

오늘은 오길 정말 잘했어...!!!

12시간이란 긴 산행을 끝내면서도 힘든 것은 뒤로 한 채 이리도.

내 마음이 이리도 뿌듯할까 ? 

 

출처 : 햇빛산악회(독신,싱글산악회/여행)
글쓴이 : 금파 錦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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