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소리(산행)

[스크랩] 황매산 철쭉을 돌아보고...

날밤새우 2010. 1. 2. 16:13

주말이 되어서야 산행을 신청하고 낮선 길을 떠나본다.
꽤 여러 번 다녔는데도 아는 이 별로 없는데 .... 그나마 내가 알고 있는 그분은 출발시간이
되었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뒤 늦께 옆자리에 동갑내기, 처음이라는 레몬티님이 미소 지으며 앉는다.
햇빛에서의 산행을 시작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는 동안 손가락을 헤아려 보니
스무 번이 넘었는데도 서먹서먹한 것은 애써 세월을 잊은 수줍음인가 보다.

 

 

걸을만한 어둠을 헤치며 숲속을 향한다.
초입부터 새소리가 반갑게 산우님들을 맞이하고 상큼한 새벽향기와 시원한 바람이 마음까지 바꿔놓는다.
그래도 오길 잘했어 ! ^-^


 

제법 긴장을 하게끔 하는 암릉과 가파른 철계단 . 그리고 바위가 어우러진 능선길 ..
함께하는 짝궁이 좀 힘들어 하는 동안 이따금 여유를 부려 밝아오는 숲속의 아침을
맞이하는, 나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가져본다.

모산재 갈림길을 안내하는 낮 익은 목소리를 지나 아기자기한 숲 속 길을 내려가니
저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연산홍 빛 철쭉이 그곳에 있었다.
지난번 제암산의 서운함이 단번에 스쳐지나 꿈결 같은 꽃길을 가슴속 그와 함께 걸어본다.


 

옹기종기 자리 잡은 한쪽 곁에 라면국물도 없는 아침을 먹고는 짝궁과 헤어져 황매산
정상을 향해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의 촬영지인 드넓은 초목 길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아직도 제법 무거운 듯 한 내 배낭을 다우리님이 바꿔메고 가니 걸음이 가쁜 해진다.


 

황매산 정상에 올라 얼굴도장도 찍고 같이하는 님 들 하고 간식도 나눠먹고 담소도 나누고
무엇보다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족하여 주는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본다.


 

영화주제공원에서 걸음을 멈추니 부모님을 따라 나온 꼬마들에게 새소리를 비롯 여러 짐승소리를 표정연기와 같이 들려주시는 세월나그네님의 모습에 모두들 웃음을 지으며
다시 철쭉행사장으로 향한다.


 

언덕을 지나 풀밭에 일행들은 잠시 주저앉아 여유를 가져본다.
수건돌리기라도 해야 되나 ? 싶을 정도로 나른해지는 햇살을 안고 시끌벅적한 철쭉행사장에 도착한다.


 

제단엔 제물이 소담스레 차려있고 다른 한쪽 무대에서 낮선 이국인의 귀에 익은 연주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제법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도 일행들은 그곳을 떠나기 아쉬운 듯
꽃과 더불어 사진 속으로 들어간다.


 

오던 길 거슬러 모산재에 이른다.
바빠진 마음만큼이나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하듯 하산 길마저 가파르다.
넓다란 바위를 걸으며 순결 바위는 그냥 지나치고 국사당 영암사로 향한다.


 

한참을 내려오니 시원 달콤한 차 한 잔을 건네주시는 산우님이 있는 즐거운 산행길..
오늘도 난 이렇게 많은 행복을 가지고 도심을 향하는 버스에 몸을 맡긴다.

함께 하여주신 세월나그네님 해신님 하얀수박님 생물님 다우리님 레몬티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였기에 되돌아봅니다.



 

출처 : 햇빛산악회(독신,싱글산악회/여행)
글쓴이 : 금파 錦波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