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소리(산행)

[스크랩] 오대산 노인봉을 비를 맞으며....

날밤새우 2010. 1. 2. 12:36
비구름을 한 아름 안고 있는 어둠속에 버스는,
자칭 산이 좋아 산에 든다는 이들을 내려놓습니다.
이른 새벽 ! 주위는 진흙 같은 어둠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금파님 저쪽 계단 위에서 마나술루님이 오시래요”
아람치님이 저를 데려갑니다.
따끈한 라면국물에 밥 한술 넣어서 김치랑 맛있는 새벽 아침을 먹습니다.
분명, 하늘은 오늘도 우리들 마음을 알고 계시는 것처럼 빗님을 내리지 않습니다.
새벽 4시 문이 열리고 어둠속을 향해 출발합니다.


뿌연 밤안개가 온몸을 촉촉이 적셔오는 것 같습니다.
이마 위 불빛은 숨죽여 어둠을 밝히니, 노란 달맞이꽃이 우리를 반기고
이따금 산새소리만이 우리를 따라 올뿐 바람도 없는 고요함은 숲의 전령이 되어,
자꾸자꾸 한없이 우리들을 데려 갑니다.
얼마를 올랐을까?
오래된 고사목 사이로 희미한 새벽이 밝아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소리는 분명 우리들의 마음도 반겨주는 소리입니다.
숲이 참 고맙습니다.


숲 속길.....
그 누가 밤새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숲 속 길을 그 무엇에 홀린 듯 따라갑니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저만큼 숲이 끝날 즘에
그리운 그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보고 푼 그가 하얀 미소 지으며 나를 반길 것만 같은 마음에 성큼 성큼 걸어가 보니,
살포시 피어있는 금강초롱꽃이 수줍어 고개도 들지 못하고 다소곳이 나타납니다.


진 고개에서 출발하여 노인봉 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라갔습니다.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 바위 위에 서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안개 바다. 마치 안개 바다위에 덩그러니 떠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서 눈 깜짝할 사이 안개가 사라지더니 굽이굽이 능선과 그림 같은
산하가 내 앞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집니다.


아 !!......
감탄의 함성이 메아리치고 자연의 신비에 놀라움을 새삼 느껴봅니다.
높고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아마도 그가 나를 안내 해준 것만 같습니다.
가슴속 깊이 뭍어 둔 그리움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마음 가는 데로 나를 맡기려 합니다.


기다려 주었다는 듯이, 아니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빗님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조그만 오두막 산장에서 따끈한 신선차를 마시며,
비옷을 입고 다시 발길을 재촉합니다.
그냥 어릴적 비를 맞으며 놀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 비오는 산길을 즐깁니다.
굽이굽이 물이 흐르는 계곡 길을 비와 함께 동행을 합니다.
또 다른 운치가 있어 나를 감동시킵니다.
이러한 그 무엇이 자꾸 산에 들게 하여줍니다.
숲이 주는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렵니다.
출처 : 햇빛산악회(독신,싱글산악회/여행)
글쓴이 : 금파 錦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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