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소리(산행)

[스크랩] 아이와 함께 한 지리산

날밤새우 2010. 1. 2. 16:12

정신없이 바쁜 일주일을 보내며 마음속엔 지리산이 떠나질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가 일주일도 채 안 되는 방학이라고 엄마를 찾아왔습니다.

하루는 바쁜 엄마 일을 돕고 토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2명 남았습니다.” 하는 글을 놓칠세라 산행을 신청하고 간단히 도시락을 준비하여 길을 떠납니다.

지난번에 같이 가지 못한 지리산이라 아이가 좋아라 합니다.

 

도심을 떠난 버스는 어둠속을 달려 별빛이 초롱초롱한 산속 주차장에 일행들을 내려놓습니다.

성삼재 매표소를 지나 넓다란 산길을 걸어 갑니다.

한참 사춘기를 지날 무렵 힘든 일 을 겪고도 별다른 구김 없이 자라준 아이가 곁에 있어, 또 다른 마음 한구석을 채워 주니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가져 봅니다.

제 대신 배낭을 메고도 성큼성큼 잘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괜한 걱정을 하였나봅니다.

산장을 지나 노고단 정상에 올라 섰으나 아직도 어둠이 주의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여러 명 이 빙 둘러 앉아 맛있는 아침을 먹습니다.

 

별님도 달님도 사라진 하늘은 변덕스럽게도 자욱한 안개가 새벽아침을 내려놓고 맙니다.

일출을 보려고 했었는데, 그냥 아쉬움을 남긴 채 길을 떠납니다.

적당히 숲의 바람은 땀방울을 가져가고 이따금 산새소리가 들릴 뿐 밝아오는 숲속 길엔 야생화가 우리를 반기며 아침를 열고 있었습니다.

노고단정상에서 포기한 일출을 산행도중에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고, 아이 또 한

즐거워 합니다.

마등령을 지나 아람치님과 조은님. 일행이 되어 여유 있는 하산을 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또 다른 무리의 일행들과도 얘기들을 나누며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봅니다.



 

계곡의 물소리가 매미소리와 함께 점점 커져 옵니다.

내려가는 계단이 아무리 많아도 겁나지 않습니다.

지치면 쉬어가고, 무엇보다 든든한 아이 때문인지 이번 산행은 힘이 덜 든 것 같습니다.

한참을 내려와 적당한 곳에서 계곡물에 발을 담가 봅니다.

차디찬 물살이 뼈 속까지 파고 듭니다.

고단한 마음을 흐르는 물속에 내려 놓고 , 다시 길을 떠납니다.

피아골 산장을 지나 연곡사에 잠시 들러 봅니다.

작은 연못에는 서너 송이 연꽃이 물위를 수놓고, 한참 계단을 올라 부처님께 두 손 모아 마음 빌어보며 따가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넓다란 아스팔트길을 따라 갑니다.

뒤 돌아 보건만 그래도 또 오고 싶은 산이 있다면 지리산이 아닌가 생각하여봅니다.

 “오늘 즐겁고 좋은 경험이였다.” 는 아이말이 너무나 고마웠는데 아이는 도착하자마자 나머지 3일은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며 기숙사로 떠나고 산행을 같이 하여 준 아람치님 조은님 고맙습니다.

  

  

출처 : 햇빛산악회(독신,싱글산악회/여행)
글쓴이 : 금파 錦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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